고대 로마(古代 羅馬)의 교육자(敎育者) 퀸틸리아누스(Quintilian)는 ‘웅변(雄辯)을 위한 교육’이라는 고대적 틀을 넘어, 오늘날의 수사학(修辭學) 및 인간 중심 교육 전반에 깊은 뿌리를 내린 인물로 평가됩니다. 그는 단순한 연설가 양성이라는 기술적 목표를 넘어 인간의 인격(人格)과 도덕성(道德性)을 동시에 기르는 진정한 교육 철학을 제시하였습니다. 특히 그가 남긴 저작 '웅변가 양성론(Institutio Oratoria)'은 고대부터 르네상스를 거쳐 오늘날 현대 교육(敎育)까지 이어지는 수사학의 핵심 원리와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고전적 텍스트가 아닌 교육 실천의 살아 있는 원형으로 여겨집니다. 그는 수사학을 단지 기술적 능력(能力)의 축적이 아니라 사람됨을 키우는 윤리적 실천으로 인식했으며 교사는 반드시 도덕성과 언어 능력을 갖춘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교육관은 시대를 초월하여 시민 교육, 리더십 훈련, 비판적(批判的) 사고 함양 등 현대 교육의 다양한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퀸틸리아누스가 남긴 교육적 유산과 그 사상이 오늘날 우리 교육 현장에서 왜 여전히 중요한지를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깊이 있게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도덕과 언어의 통합: 퀸틸리아누스가 제시한 진정한 수사 교육의 본질
퀸틸리아누스는 교육(敎育)의 목적을 단순한 지식 전달이나 기술 숙달에 두지 않았습니다. 그는 수사학(修辭學)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타인과 소통하고 공동체(共同體)에 이바지할 수 있는지를 탐색한 사상가였습니다. 그의 핵심 명제는 “선한 인간이 좋은 연설가가 된다(bonus vir dicendi peritus)”라는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이는 말하기 능력 이전에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윤리적(倫理的) 기반을 강조하는 것이며 말이라는 수단을 통해 공동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간상을 제시한 것입니다. 그는 연설이 단순히 설득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사회의 정의(正義)와 덕성(德性)을 구현하는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퀸틸리아누스에게 있어서 말은 무기가 아니라 진실(眞實)을 드러내는 도구였고 그 진실은 결국 교육자의 사람됨과 철학적(哲學的) 성찰에서 비롯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웅변가 양성론' 전 12권에 걸쳐 수사학 교육의 전 과정을 체계적(體系的)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유아기(幼兒期)부터 시작되는 언어 학습의 중요성, 문법(文法) 교육과 읽기 훈련, 그리고 모범적인 고전 텍스트를 통한 사고력(思考力) 향상까지의 전 단계를 서술하였으며 이는 고대 세계에서 처음으로 정리된 전인 교육(全人 敎育)의 대표적 모델이 되었습니다. 그는 문법 교육이 기계적 암기가 아닌 사고를 위한 기초이며 수사학(修辭學)은 단순히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 이성(理性)과 도덕(道德)의 조화를 통해 사회를 바꾸는 도구라고 인식하였습니다. 퀸틸리아누스의 교육 모델은 결국 지적 능력과 윤리적 감수성(感受性)을 동시에 계발하는 과정이었으며 이는 오늘날 교육 철학의 핵심 가치와도 일치합니다. 또한 그는 교사(敎師)의 역할에 대해서도 새로운 정의를 내렸습니다. 그는 교사는 단지 지식의 전달자(傳達者)가 아닌 인격적 모범이 되어야 하며 학생(學生)의 감정을 배려하고 격려하면서 학습을 이끄는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이는 현대 교육 이론에서 강조하는 ‘교사-학생 관계의 상호성’이나 ‘정서적(情緖的) 지지’라는 개념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퀸틸리아누스가 제시한 수사 교육이 단순히 옛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원리라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그의 관점(觀點)에서 교육은 단순히 ‘말 잘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닌 ‘선하고 유능(有能)한 시민’을 양성하는 철학적(哲學的) 실천이었습니다.
르네상스와 시민교육에 미친 영향: 퀸틸리아누스의 사상은 어떻게 계승되었는가
퀸틸리아누스의 사상은 고대 로마 제국의 몰락 이후에도 교육(敎育) 전통 속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중세(中世) 유럽에서는 그의 저작이 수도원(修道院) 학교와 기독교 교육 기관에서 활용되었으며, 문법, 논리, 수사의 ‘삼학(Trivium)’은 중세 교육의 기초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그는 고전 문헌을 통한 읽기 훈련, 즉 모범적(模範的)인 문장을 따라 쓰고 분석하는 훈련을 강조했으며 이는 중세 교육에서도 그대로 계승되었습니다. 하지만 퀸틸리아누스의 사상이 본격적(本格的)으로 재조명된 시기는 르네상스 시기였습니다. 인문주의자(人文主義者)들은 고대의 원전을 되살리는 데 집중하였고 이 과정에서 그의 '웅변가 양성론'은 인간 중심 교육 철학의 핵심으로 다시 떠올랐습니다. 특히 에라스무스(Erasmus)와 같은 르네상스 교육자들은 퀸틸리아누스를 인용하며 언어와 윤리(倫理), 사고력(思考力)의 통합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들은 문학, 철학, 역사 등 다양한 고전 학문을 융합하여 시민의 자질을 길러야 한다고 믿었고, 이는 퀸틸리아누스가 말한 ‘도덕적 연설가(演說家)’ 개념과 정확히 일치하였습니다. 르네상스의 교육은 결국 인간의 이성과 감정을 조화시키는 교육으로 이는 퀸틸리아누스가 처음 설계한 수사 교육(敎育) 철학의 부활이었습니다. 그의 교육관은 중세의 신 중심 교육을 인간 중심 교육으로 전환하는데 결정적(決定的) 역할을 했습니다. 나아가 그의 수사학(修辭學)은 시민 교육의 핵심 도구로 작동하였습니다. 시민이란 단순히 국가의 구성원(構成員)이 아니라 공공 담론에 참여하고 공동선을 추구하며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고 설득할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는 그의 사상은 민주주의(民主主義)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18세기 이후 계몽주의(啓蒙主義) 사상가들도 퀸틸리아누스의 원칙을 받아들였고 수사학은 단순한 말하기 기술이 아닌 ‘시민 윤리 교육’으로 정착하게 됩니다. 그의 수사학(修辭學)은 르네상스를 지나 근대 공화주의(共和主義)와 현대 자유민주주의의 기초를 다지는 데 이론적 기반이 되었으며 이는 오늘날 민주시민 교육의 방향성(方向性)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따라서 퀸틸리아누스는 고대 로마의 교사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도 반드시 다시 읽혀야 할 ‘교육 철학자(哲學者)’입니다.
현대 교육과 수사학의 접점: 퀸틸리아누스는 어떻게 살아 있는가
오늘날 교육(敎育)은 단지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표현’과 ‘소통’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특히 비판적 사고(批判的 思考), 시민 의사소통, 감정 표현, 협력적 문제 해결 등의 역량은 모두 수사학적(修辭學的) 사고를 기반으로 구성됩니다. 이 모든 교육적 역량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퀸틸리아누스의 철학은 강력한 이론적(理論的) 뿌리를 제공합니다. 그는 인간은 말과 글을 통해 사고하고 감정을 전달하며 타인과의 윤리적(倫理的) 관계를 형성한다고 보았으며 이는 오늘날 학생 중심, 소통 중심 교육의 철학적 전제와 일치합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중등 교육에서는 ‘수사학(修辭學) 기반의 글쓰기 교육(Rhetoric-based Writing Instruction)’이 확대되고 있으며 한국의 토론 수업, 논술 교육, 비판적 글쓰기 지도도 그 연장선(延長線)에 있습니다. 또한 퀸틸리아누스는 학습자(學習者)의 감정과 개별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최초의 이론가 중 한 명입니다. 그는 교사는 학생의 마음을 읽고 실수를 용납하며 스스로 배우도록 인도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오늘날 강조되는 ‘정서적 지능(情緖的 知能) 기반 교육’과 ‘학생 맞춤형 수업’의 철학과 완전히 일치합니다. 퀸틸리아누스는 학생을 단순히 빈 그릇처럼 지식을 담는 대상으로 보지 않고 각자의 개성(個性)을 가진 존재로 인정하며 학습 과정에 적극적 주체로 세우는 데 앞장섰습니다. 특히 오늘날 교육 현장에서 강조되는 자기 표현력(表現力), 발표력, 논리적(論理的) 글쓰기 능력은 모두 그가 강조한 ‘수사학적 실천’의 현대적 표현입니다. 나아가 그는 교사란 자신이 말하는 내용을 실천하는 존재여야 하며 인격적(人格的)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자’ 역할을 넘어서 교사 역시 끊임없이 배우고 성찰하며 윤리적(倫理的)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현대적 교사상과 부합합니다. 현재 교사 전문성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실천적 지식’, ‘도덕적 판단’, ‘사회적 책임’ 등의 개념은 퀸틸리아누스가 이미 고대에 명확히 제시한 바 있는 이상적 교육자(敎育者)의 모습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교육자(敎育者)들이 퀸틸리아누스의 사상을 되새긴다면 더 나은 교육을 위해 필요한 철학적(哲學的) 나침반을 얻게 될 것입니다.
퀸틸리아누스(Quintilian)는 단순한 웅변가도, 수사학 이론가도 아닌 교육자(敎育者)로서 교육 철학의 본질을 꿰뚫은 인물입니다. 그는 수사학(修辭學)을 말의 기술이 아닌 인격과 공동체 윤리를 기르는 교육의 핵심 도구로 보았고 오늘날 우리가 강조하는 시민성, 윤리, 표현력, 소통 능력 등의 기반을 이미 2000년 전 명확하게 제시했습니다. 그의 '웅변가 양성론'은 단지 고전이 아니라 살아 있는 교육 이론이며 지금, 이 순간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수업의 본질을 되묻게 합니다. 퀸틸리아누스는 언어를 통한 사람됨의 실현이라는 이상을 통해 교육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根本的) 통찰을 제공하는 인물이며, 그 사상은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유효합니다. 교육의 진정한 가치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퀸틸리아누스는 여전히 최고의 길잡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