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대학 교육의 목적(目的)을 다시금 되묻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대학은 더 이상 단지 전통적(傳統的)인 지식 전달 기관에 머물 수 없습니다. 실용성(實用性)과 취업 중심의 패러다임, AI와 디지털 전환의 압력 속에서 대학은 변화하고 있으며 동시에 본질적 질문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이 길러야 할 인간상(人間像)은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성찰(省察)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한 인물이 바로 19세기 영국의 대표적 교육 사상가(思想家)이자 성직자(聖職者)인 존 헨리 뉴먼(John Henry Newman)입니다. 그는 대학이 단순히 기술과 정보를 전달하는 장소가 아니라 인간 이성(理性)의 훈련과 전인적(全人的) 교양을 기르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의 저서 "대학의 이념(The Idea of a University)"은 지금도 교육 철학의 고전으로 손꼽히며 대학이 추구해야 할 이상을 정립(定立)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존 헨리 뉴먼이 제시한 대학의 교육 목적을 깊이 있게 조명하고 이를 오늘날 고등교육(高等敎育)의 현실과 비교하여 현대 대학이 나아가야 할 길을 함께 성찰(省察)해 보겠습니다.
대학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뉴먼의 철학적 통찰
존 헨리 뉴먼은 대학의 본질을 ‘순수한 지성(知性)의 연마’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대학이 단순히 직업을 위한 기술이나 단편적(斷片的)인 정보를 가르치는 기관이 아니라 인간의 이성과 사유를 계발하고 교양을 쌓는 고등 학문의 전당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입장은 당시 영국 사회의 실용주의적(實用主義的) 흐름과는 결을 달리하는 것이었고 오히려 인문학과 철학 중심의 전통적(傳統的)인 교육 이상을 복원하려는 철학적 시도였습니다. 뉴먼은 대학의 목적을 "지식의 보편성(普遍性)과 통합성(統合性)"에 두었습니다. 즉 다양한 학문 분야가 각기 고립된 채 존재해서는 안 되며 서로 긴밀히 연계되어 인간 존재 전체를 이해하는 통합적(統合的) 시야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교육은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학생들로 하여금 지식의 '의미'를 성찰(省察)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는 곧 깊이 있는 이해와 비판적 사고, 도덕적 판단을 가능케 하며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가능하게 합니다. 오늘날의 대학은 종종 취업과 직결되는 실용적(實用的)인 학문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중심의 교육은 물론 중요하지만, 뉴먼이 강조한 교양교육(敎養敎育), 인문학(人文學), 철학(哲學) 등은 인간을 깊이 이해하고 공동체를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뉴먼은 이러한 교양 교육이야말로 '좋은 판단'을 가능하게 하며 사회의 책임 있는 시민을 양성(養成)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특히 교육의 ‘자유성(自由性)’을 강조했습니다. 지식이 도구화(道具化)되거나 권력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자유로운 공간이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현대 대학이 상업화와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독립성(獨立性)을 유지하려는 이유도 결국 이와 같은 철학적 기반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뉴먼의 철학은 단지 과거의 이상론이 아니라 오늘날 고등 교육이 직면한 정체성(正體性)의 위기 속에서 다시금 성찰해야 할 본질적 가치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 대학이 직면한 도전과 뉴먼 철학의 재조명
21세기의 대학은 뉴먼이 살던 시대(時代)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정보화(情報化)와 세계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지식의 생산과 소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인공지능(人工知能)이 교수와 학습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대학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根本的)인 질문 앞에 다시 섰습니다. 많은 대학이 취업률(就業率), 연구 실적, 산업 연계성과 같은 외형적인 지표에 집중하면서 본질적(本質的)인 교육의 목적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은 대학을 '스펙을 쌓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학문은 본래의 의미를 잃어가는 듯 보입니다. 이 같은 현상은 단기적(短期的)인 성과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학이 갖는 사회적 신뢰와 문화적(文化的) 위상을 약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존 헨리 뉴먼의 대학관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그는 대학을 ‘문화적(文化的) 자아’를 형성하는 공간으로 보았으며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지적 소통과 비판적(批判的) 사고, 윤리적(倫理的) 사유는 사회 전체의 건강성(健康性)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보았습니다. 다시 말해 대학은 단지 개인의 출세(出世)를 위한 계단이 아니라 사회의 지적 양심이자 문화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뉴먼은 ‘교육의 결과는 곧 인격’이라고 보았습니다.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은 단지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더 깊이 사고하고 더 바르게 판단하며 타인을 배려하고 공동체(共同體)에 이바지하는 성숙한 인격체(人格體)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기적인 성취보다 장기적인 사회적 리더십과 시민적 책임감(責任感)을 길러주는 교육 철학이며 오늘날의 대학이 다시 돌아보아야 할 가치입니다. 따라서 오늘날의 대학은 뉴먼이 말한 ‘지성의 자유’와 ‘교양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실용성(實用性)과 교양의 균형을 도모해야 합니다. 인문학과 과학, 기술과 철학이 유기적(有機的)으로 연결되는 융합 교육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욱 요구되는 핵심 역량이며 이를 위한 교육 시스템의 재구성(再構成)이 필요합니다. 뉴먼의 철학은 여전히 의미가 있으며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가장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뉴먼의 대학 이념이 현재 고등교육에 미치는 영향
존 헨리 뉴먼의 사상은 단순한 이론을 넘어 오늘날의 고등교육(高等敎育)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여러 명문대학(名門大學)은 뉴먼의 대학 이념을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하여 교육 철학의 근간으로 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 등은 여전히 교양 교육(liberal education)을 대학의 필수 교과 과정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뉴먼의 철학이 구현된 대표적(代表的)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뉴먼의 사상이 현대 교육에 미친 영향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전인교육(全人敎育)'의 개념입니다. 그는 인간의 지성을 기르는 것뿐 아니라 감성, 윤리의식, 공동체 의식을 통합적으로 계발(啓發)하는 교육을 주장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전인교육(holistic education)’이라는 용어로 자리 잡았으며 국내외(國內外) 많은 대학에서도 이 개념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전문성뿐 아니라 인간적 품위와 도덕성을 갖춘 인재 양성이야말로 고등교육(高等敎育)이 지향해야 할 방향임을 뉴먼은 일찍이 통찰한 것입니다. 또한 뉴먼의 대학관은 교육의 민주화(民主化)와 평등화(平等化)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는 지식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專有物)이 되어서는 안 되며 모든 사람이 고등교육(高等敎育)을 통해 이성을 계발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현대의 공공성 개념, 즉 누구나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철학과 맞닿아 있으며 오늘날 공공 대학의 설립과 교육 기회의 확대는 이러한 철학적(哲學的) 기반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 대학이 겪고 있는 위기(危機)라고 할 수 있는 예산 부족, 학문 간 단절, 학생의 몰입도 저하, 학문적 실용주의는 뉴먼의 철학을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대학이 단지 직업 교육 기관이 아니라 사회의 통합과 인간 이해를 위한 ‘문화적 공론장(公論場)’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오늘날 더욱 큰 설득력(說得力)이 있습니다. 이제는 대학이 지식 생산만이 아닌 가치 있는 삶과 의미 있는 존재로서 인간을 탐구하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존 헨리 뉴먼이 19세기에 제시한 대학의 이념은 단지 시대를 초월(超越)한 이상(理想)이 아닙니다. 그의 교육 철학은 오늘날 고등교육(高等敎育)이 직면한 정체성(正體性)과 방향성(方向性)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통찰을 제공해 줍니다. 대학은 단순한 기술 전달의 장소가 아닌 인간의 깊은 성찰(省察)과 이성의 연마 그리고 교양과 인격의 형성을 위한 교육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변하지 말아야 할 가치(價値)도 존재합니다. 존 헨리 뉴먼이 강조한 ‘지성의 자유’, ‘교육의 공공성’, ‘전인적 성장’은 여전히 유효하며 앞으로의 교육이 나아가야 할 철학적 나침반(羅針盤)이 되어줄 것입니다. 대학이 진정한 의미의 교육기관(敎育機關)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인간적 성숙을 이끄는 중심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