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시대는 유럽 문명사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었으며 그 중심에는 인간의 이성과 도덕성을 회복하려는 인문주의(人文主義)가 존재했습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교육 사상가 중 한 사람인 에라스무스(Desiderius Erasmus, 1466~1536)는 르네상스 인문주의(人文主義) 교육의 정수를 보여준 인물로, 고전 학문과 도덕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당시 유럽 사회의 교육적 변혁을 주도했습니다. 그는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한 도덕성과 고전 고유의 지혜를 접목한 독창적인 교육철학(敎育哲學)을 제시하였으며 이로 인해 오늘날의 교육사상(敎育思想)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에라스무스는 단순히 고전 텍스트를 복원하고 학문적 탁월성(卓越性)을 추구한 학자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교육의 목적이 인간의 내면을 도야하고 윤리적 판단 능력을 키우며 공동체와 조화롭게 살아가는 데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지녔습니다. 본 글에서는 교육 전문가의 시각에서 에라스무스의 인문주의(人文主義) 교육 철학을 세 가지 측면(고전 교육의 가치, 도덕성과 신앙 교육의 통합, 평화로운 시민 양성)으로 분석하여 그의 사상이 오늘날 교육에 주는 함의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고전 교육의 부활과 인간 중심의 학습 강조
에라스무스는 르네상스 인문주의(人文主義) 사조의 핵심인 ‘고전 교육의 부활’을 적극적으로 주창하였습니다. 그는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을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닌 인간의 이성과 도덕성을 계발하는 살아 있는 교육 자원으로 인식하였습니다. 특히 키케로(Cicero), 세네카(Seneca), 플루타르코스(Plutarch) 등의 고전 문헌을 교육과정(敎育課程)에 적극 반영하여 학생들이 논리적 사고력과 언어적 표현력 그리고 철학적 성찰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고전 중심 교육은 단순히 지식의 축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고양시키고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도구로 간주되었습니다. 에라스무스는 "우신예찬(In Praise of Folly)"과 같은 작품을 통해 지식이 도덕성과 분리될 때 얼마나 공허해질 수 있는지를 비판했으며, 교육은 반드시 인간됨을 위한 것이어야 함을 역설하였습니다. 또한 그는 언어 교육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며 라틴어 교육을 통해 지적인 성숙과 문화적(文化的) 교양을 동시에 키워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학문의 본질이 단순한 암기나 훈련이 아닌 인간 본성의 계발(啓發)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학습자는 단지 정보를 수집하는 존재가 아니라 내면의 성찰과 판단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존재임을 인식해야 했습니다. 고전을 통해 배우는 것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통찰이었습니다. 에라스무스는 이를 통해 학생이 독립적(獨立的)으로 사고하고 도덕적 판단을 내리며 공동체(共同體)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더불어 그는 교사의 역할을 지식 전달자(傳達者)에서 멘토로 확장시켰습니다. 교사는 학생의 인격과 이성을 자극하며 비판적(批判的) 사고를 유도하는 존재로서 인간 중심 교육의 실천적 중재자(仲裁者)가 되어야 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교육관(敎育觀)은 여전히 유효하며 21세기 창의적 인재 양성 교육의 기반이 됩니다.
도덕성과 신앙의 조화로운 통합
에라스무스 교육 철학의 두 번째 핵심은 도덕성(道德性)과 신앙(信仰)의 조화로운 통합입니다. 그는 당시 유럽 사회가 지나치게 교리 중심의 신학 교육에 치우쳐 인간의 도덕성(道德性)과 실천적 윤리를 경시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그는 신앙이 단순히 교리의 암기나 의식의 반복이 아닌 인간 내면의 도덕성(道德性)과 실천을 통해 완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에라스무스는 성경을 라틴어가 아닌 당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여 널리 보급하는 데 앞장섰으며, 이를 통해 누구나 신앙(信仰)과 도덕을 직접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는 교육이 성직자(聖職者나 귀족만의 전유물(專有物)이 되어서는 안 되며, 평범한 사람들도 도덕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교육을 통해 각 개인이 신 앞에서 윤리적(倫理的)인 삶을 살아가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는 근본적인 신학적 개혁을 제시한 것입니다. 그의 사상은 종교 개혁(改革)과도 깊은 연관이 있으나 그는 루터와 달리 교회의 분열을 원치 않았으며 통합과 화합을 통한 개혁(改革)을 선호했습니다. 교육을 통해 내면의 양심을 깨우고 이성적 사고를 길러 신앙이 맹목(盲目)이 아닌 자율적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오늘날 이 사상은 종교적 교육이 아닌 일반 인성교육(人性敎育)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즉, 인간은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도덕적 선택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 내면의 성찰과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문교육(人文敎育)과 윤리교육(倫理敎育)의 현대적 의미와 연결됩니다.
평화와 공동체적 책임을 지향한 교육
에라스무스는 교육의 궁극적(窮極的) 목표를 '평화의 실현'과 '공동체의 조화'에 두었습니다. 그는 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던 유럽 사회에서 교육이 인간의 야만성(野蠻性)을 억제하고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전쟁의 불합리함(The Complaint of Peace)"과 같은 저서를 통해 그는 무력 충돌의 비인간성(非人間性)과 도덕적 폐해를 강하게 비판하였으며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설파(說破)하였습니다. 그는 학생들이 타인과의 협력, 공동체 의식 그리고 관용의 가치를 내면화(內面化)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개인주의(個人主義)보다는 공공선을 위한 연대와 책임의식이 중요하다고 보았으며, 이는 오늘날의 시민교육(市民敎育)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에라스무스는 권위주의적 교육을 비판하며 상호 존중과 대화를 통해 배우는 학습 환경을 지향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현대 민주 시민 교육의 원형이라 할 수 있으며 인권, 평화, 지속 가능성 교육 등과도 연결됩니다. 그는 인간은 타고난 이성을 통해 도덕적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고 믿었고 교육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오늘날과 같은 다문화(多文化)·다가치(多價値) 사회에서 에라스무스의 교육 철학은 갈등을 해소하고 공동체 정신을 고양하는 데 있어 여전히 유효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에라스무스는 르네상스 인문주의(人文主義) 교육의 대표자로서 고전의 재발견을 통해 인간의 이성과 도덕성을 함양하고자 했으며 신앙과 윤리, 지성과 공동체 정신이 통합된 전인교육(全人敎育)을 추구하였습니다. 그의 사상은 단순히 학문적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 교육의 방향성(方向性)을 제시하는 등불과도 같습니다. 고전의 지혜, 도덕적 실천 그리고 평화를 향한 교육의 가치는 시대를 초월(超越)하여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 철학의 본질입니다. 그의 교육관(敎育觀)은 단지 과거를 회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 교육의 핵심 지표(指標)로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에라스무스가 제시한 인간 중심의 교육 철학은 오늘날에도 깊은 성찰을 이끌어내며 교육의 진정한 목적(目的)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