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급진적(急進的) 사상가가 있었습니다. 바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철학자(哲學者)이자 사회 비평가인 아이반 일리치(Ivan Illich)입니다. 그는 대표 저서 '학교 없는 사회(Deschooling Society)'를 통해 기존의 제도화(制度化)된 학교 시스템에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하고 교육의 탈 제도화를 주장했습니다. 당시에는 충격적(衝擊的)이었던 이 제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교육계(敎育界)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전통적(傳統的) 교육의 한계와 대안을 고민하는 교육자(敎育者)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아이반 일리치는 “학교가 진정한 학습을 방해한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며 학교 제도가 오히려 학습의 자유를 억압(抑壓)하고 계층적 불평등을 고착화(固着化)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 학습자가 주체적(主體的)으로 지식을 탐구하고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 모델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의 사상적(思想的) 핵심을 살펴보고 '학교 없는 사회'가 구성될 때 현대 사회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에 대해 교육자(敎育者)의 관점에서 깊이 있게 분석하고자 합니다.
아이반 일리치의 핵심 사상: 학교는 진짜 배움을 방해한다
아이반 일리치의 주장은 교육제도(敎育制度)에 대한 단순한 불만이나 개혁 요구를 넘어섭니다. 그는 본질적(本質的)으로 학교 제도가 인간의 자율적 학습 욕구를 억누르며 오히려 지식의 독점을 강화하고 불평등을 재생산(再生產)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의 논지는 "학교는 학습을 상품화(商品化)하고 통제한다"라는 개념에서 출발합니다. 즉, 학교는 지식을 획득하는 유일한 공간으로 규정되며 이 과정에서 지식은 자격증(資格證)과 평가라는 틀 속에 갇히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그는 학교라는 제도가 개인의 학습 동기를 외부 평가에 종속(從屬)시킨다고 봤습니다. 진정한 학습은 호기심(好奇心)에서 비롯되어야 하지만 제도화(制度化)된 교육은 시험과 점수라는 외적 동기에만 의존하게 만듭니다. 이는 학생들에게 배움의 즐거움보다는 불안과 경쟁 속에 살아가게 하며 창의성(創意性)과 비판적 사고를 억제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는 이를 '학습의 제도화(制度化)'라고 부르며 교육의 본질이 왜곡(歪曲)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일리치는 학교가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기보다는 오히려 고착화(固着化)하는 수단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상류층(上流層)은 더 나은 학교와 교육 자원을 갖추었지만 하위계층(下位階層)은 질 낮은 교육 환경에 방치되며 이는 사회적 이동성(移動性)의 사다리를 끊는 결과를 낳습니다. 교육의 기회가 평등하다는 담론 뒤에는 사실상 불평등(不平等)한 자원의 분배와 사회적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일리치의 지적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문제 제기입니다. 그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解決策)으로 '학교 없는 사회'라는 급진적인 구상을 제시합니다. 일리치에게 있어 진정한 배움은 제도 바깥에서 삶 그 자체에서 일어나야 하며 누구나 자율적(自律的)으로 학습자이자 교육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해방(解放)이라고 보았습니다.
학교 없는 사회의 가능성과 장점: 자율성과 창의성의 회복
아이반 일리치의 '학교 없는 사회'는 단지 교육제도(敎育制度)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학습 공동체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그는 공식적 학교가 아닌 ‘학습 네트워크(Learning Webs)’라는 대안(對案)을 통해 지식의 자유로운 공유와 자발적(自發的)인 학습 구조를 상상했습니다. 오늘날 인터넷의 발달은 이 아이디어에 생명력(生命力)을 불어넣고 있으며 실질적(實質的)으로 많은 비형식 학습이 네트워크 기반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장점은 자율성(自律性)입니다. 학교 없이도 개인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배울 수 있으며 이는 동기 유발의 근본적(根本的) 전환을 가져옵니다. 의무와 통제로 이루어지던 학습은 이제 자기결정권(自己決定權)과 내적 동기를 기반으로 전개되며 이는 장기적(長期的)으로 지속 가능한 학습 태도를 기르는 데에 크게 이바지합니다. 또한, 이는 교육이 개인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도록 하며 학습자 주도의 생애 학습 개념을 현실로 만들어 줍니다. 둘째, 창의성(創意性)의 회복입니다. 현재의 학교는 표준화된 교과과정과 획일적(劃一的)인 평가 방식으로 인해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억제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 없는 사회에서는 정해진 틀이 없으므로 학습자(學習者)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지식을 탐구하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예술, 과학,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접근을 가능케 하며 학습자(學習者)가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의미를 창조하는 역량을 키우는 데 효과적(效果的)입니다. 셋째, 지식의 민주화(民主化)입니다. 일리치가 말한 ‘학습 네트워크’는 지식이 특정한 계층이나 기관에 독점(獨占)되지 않고 모든 이에게 개방되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이는 정보의 접근성(接近性)과 공유성(共有性)을 강화하며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결합했을 때 특히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온라인 학습 플랫폼이나 오픈소스 교육 프로젝트들은 이러한 철학(哲學)에 기반한 실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들은 기존 교육 제도가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對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비정형 학습을 통해 개인의 삶과 학습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은 향후 교육 혁신의 중요한 방향성(方向性)을 시사합니다.
학교 없는 사회의 한계와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
'학교 없는 사회'가 현실화(現實化)되었을 때의 문제점도 분명 존재합니다. 먼저, 학습의 기회 불균형(不均衡) 문제입니다. 학교라는 제도는 최소한(最小限)의 교육 기회를 보장하는 공공 장치이기도 합니다. 이를 해체할 때 사회적(社會的) 약자나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계층은 교육에서 더욱 소외(疏外)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이들이 동등(同等)하게 학습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기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둘째, 사회화 기능의 상실(喪失)입니다. 학교는 단순한 지식 전달 기관을 넘어 또래와의 상호작용(相互作用), 협업, 규칙 학습 등의 사회적 기술을 익히는 장입니다. 학교 없는 사회에서는 이러한 기회가 사라질 수 있으며 이는 학습자(學習者)의 정서 발달과 공동체 의식 형성에 악영향(惡影響)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활동, 멘토링 시스템 등이 함께 병행(竝行)되어야 합니다. 셋째, 교육의 질 담보(擔保) 문제입니다. 현재 학교는 일정 수준의 교사 자격제도(資格制度)와 커리큘럼 기준에 따라 교육의 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율 학습 구조에서는 이를 일괄적(一括的)으로 관리하거나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교육의 질이 불균형(不均衡)하게 분포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교육 격차를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반 일리치의 제안은 혁신적(革新的)인 동시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상입니다. 완전한 학교 해체보다는 기존 제도를 유연하게 변화시키며 학교의 기능 중 비민주적(非民主的)이거나 억압적인 요소들을 제거하고 자율성(自律性)과 창의성(創意性)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일 수 있습니다. 그가 제시한 ‘학교 없는 사회’는 단순히 제도의 해체가 아니라 인간 중심의 교육 철학(哲學)을 되살리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반 일리치가 던진 ‘학교 없는 사회’라는 질문은 단순히 제도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에 대한 성찰(省察)이었습니다. 그의 주장은 지금도 여전히 교육 현장에서 유효한 고민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자율성(自律性), 창의성(創意性), 지식의 민주화(民主化)를 강조하는 현대 교육 패러다임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상을 무비판적(無批判的)으로 수용하기보다는 학교가 가지는 공공성(公共性)과 사회화 기능, 교육 기회의 평등 보장 역할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현실적(現實的)인 조건 속에서 일리치의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학습 네트워크 확대, 지역 커뮤니티 기반의 대안교육 모델 구축, 비형식 학습의 제도적 인정 등 다층적(多層的)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국 그의 철학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한 것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가 아니라 ‘왜 배우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교육의 본질(本質)을 되새기고 그 본질에 충실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로 아이반 일리치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遺産)이자 우리가 교육자(敎育者)로서 되새겨야 할 책무입니다.